정신분석에서 사용하는 개념 가운데 ‘분열(splitting)’과 ‘해리(dissociation)’는 혼동하기 쉽습니다.
두 개념 모두 정신적 경험이 통합되지 않고 나뉘고 쪼개지는 현상을 설명하기 때문에 비슷하게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 임상에서도 두 현상이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분열과 해리는 쪼개지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쪼개짐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분열(splitting)을 살펴보겠습니다.
정신분석에서 분열은 한 가지 의미로만 사용되어 온 개념이 아닙니다. 특히 프로이트(Freud)가 후기 저작에서 다룬 자아의 분열(splitting of the ego)과 클라인(Melanie Klein)을 중심으로 대상관계이론에서 발전한 분열(splitting)은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이론적 맥락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현실의 한 측면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부인하는, 서로 양립하기 어려운 두 태도가 자아 안에 함께 유지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반면 클라인에게 분열은 초기 정신역동과 대상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심적인 개념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불안 속에서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을 분리함으로써 좋은 대상을 보호하고,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경험으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원초적인 방어로 보았습니다.
오늘은 두 개념의 차이를 살펴보기 위해 클라인 이후 대상관계이론에서 임상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의미의 분열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분열은 자기 자신이나 대상에 대한 서로 상반된 경험을 하나의 전체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 그 경험들을 분리하여 유지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두 가지 감정을 느낀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서로 상반된 경험을 같은 사람, 같은 관계에 속한 것으로 함께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상대를 좋게 느끼는 동안에는 그 사람에게 실망했던 경험을 함께 떠올리기 어렵고, 반대로 실망하거나 분노한 순간에는 이전의 좋은 경험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리(dissociation)는 어떻게 다를까요?
해리는 분열과 다른 이론적 계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네(Pierre Janet)는 외상적 경험을 연구하면서 심리적 기능과 경험이 하나로 충분히 통합되지 못하고 서로 분리되는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후 해리 개념은 외상 연구와 정신의학을 비롯한 여러 임상 전통에서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오늘은 그 가운데 기억과 감정, 지각, 신체감각, 자기감각처럼 평소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경험의 여러 부분이 충분히 이어지지 않거나 그 연속성이 끊어지는 현상을 중심으로 해리를 살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건은 기억하면서도 당시의 감정은 전혀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인데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처럼 느껴지지 않거나, 경험의 일부가 기억에서 단절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신의 몸이나 주변 현실이 낯설게 느껴지는 경험 역시 해리와 관련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분열과 해리의 개념 차이가 좀 더 분명해집니다.
분열에서는 자기와 대상에 대한 서로 상반된 경험이 하나로 이어지기 어려운 것이 중요합니다.
반면 해리에서는 기억과 감정, 지각과 자기감각처럼 하나의 경험을 이루는 여러 부분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분열은 주로 자기와 대상에 대한 서로 다른 경험을 어떻게 함께 유지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다루고, 해리는 자신에게 일어난 경험의 여러 부분이 어떻게 하나의 경험으로 이어지는가의 문제를 다룬다고 구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임상에서 두 현상이 언제나 명확하게 구분되기보다는, 심한 불안이나 외상을 경험한 사람에게 분열과 해리적 현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의 임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두 개념이 모두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두 개념을 구별하는 목적은 한 사람의 경험을 한 범주에 넣어 진단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나뉘어 있는가’- 자기와 대상에 대한 상반된 경험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지, 아니면 기억과 감정, 지각과 자기감각처럼 자신의 경험을 이루는 부분들이 서로 연결되지 않는지를 구별할 때-를 살펴보고 이해하여 개인의 경험적 통합과 변화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오늘은 분열과 해리를 구별하기 위해 두 개념의 기본적인 차이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습니다.
다만 프로이트의 자아분열과 클라인의 분열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자네 이후 해리 개념이 외상 연구와 정신분석을 비롯한 여러 임상 전통에서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는 각각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후 글에서는 프로이트와 클라인의 차이, 그리고 자네 이후 다양하게 발전해 온 해리 개념을 각각 나누어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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