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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가는 무엇을 듣는가

관리자 2026-07-10 (금) 08:41 2개월전 23  


분석을 받는 분들은 가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나는 늘 같은 이야기만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또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분석이 제자리걸음만 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내담자는 새로운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또한, 분석 작업이 자신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석가가 듣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분석가에게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이야기의 내용이 아니라, 

같은 이야기라 해도 지금 그 이야기가 어떤 관계 속에서 나오고 있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즉,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마음에서 감정과 생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함께 따라갑니다.

또한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도 함께 따라갑니다.

서로 관계없는 이야기처럼 보인다해도, 그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감정이나 오래된 경험이 모습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은 이러한 자연스러운 연상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로는 말은 마음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마음을 숨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은 사실을 확인하고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마음이 어떻게 얽혀 움직이는지를 풀어가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하나의 감정으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사랑과 미움, 기대와 두려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과 멀어지고 싶은 마음들이 서로 얽혀 움직입니다.

그래서 혼자서는 그 마음의 흐름을 끝까지 따라가기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방식으로 그 마음을 다루려 하고, 그 과정에서 같은 갈등과 같은 관계를 반복하기도 합니다.


정신분석은 그 얽힌 마음을 대신 해석해 주는 과정이 아니라, 함께 따라가며 이해해 가는 과정입니다.


분석가는 말을 듣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이 미처 다 전하지 못한 마음을 함께 들으며 풀어가는 사람입니다.




정신분석연구소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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