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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으로 현대사회를 읽다, 자기애』- 4. 평가절하와 이상화

관리자 2026-07-28 (화) 08:44 1개월전 38  

왜 우리는 누군가를 이상화하고 실망할까?


누군가를 만났을 때, "이 사람이라면 나를 이해해 줄 것 같아.", "이런 사람을 이제야 만났네."라는 특별한 느낌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순간 상대는 누구보다 좋은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레 실망하는 일이 생기고 기대와 다른 행동을 경험하는 순간, 처음 느꼈던 특별하다는 느낌은 빠르게, "역시 별다를 것 없는 사람이었어.", "내가 잘못 봤었네."로 변합니다.

타인의 좋은 모습과 실망스러운 모습을 모두 보게 될 때, 그 사람을 특별한 존재라고 여겼던 내 마음이 상처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마음의 역동을 이상화(idealization)와 평가절하(devaluation)라고 합니다.

왜 우리는 한 사람 안에 있는 좋은 모습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고 자신이 상처받았다고 경험하게 되는 걸까요?

클라인(Klein)은 인간이 생애 초기에는 대상을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으로만 나눈다고 보았습니다. 충분히 만족을 줄 때는 완벽하게 좋은 대상으로, 좌절을 줄 때는 전적으로 나쁜 대상으로 경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적 과정은 발달이 이루어질수록 대상의 좋은 면과 부족한 면이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이게 되고, 인간의 보편성임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관계는 쉽게 두 극단을 오가게 됩니다.

상대를 완벽한 사람처럼 이상화하다가도 작은 실망 하나로 모든 신뢰가 깨지고, 반대로 자신 역시 인정받을 때는 특별한 존재처럼 느끼지만 사소한 지적에도 자신의 존재 전체가 흔들리는 것처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상화와 평가절하는 단순한 감정의 변화가 아닙니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기보다, 자신의 내면에서 필요로 하는 대상으로 경험하려는 마음의 방식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기대를 충족해 줄 때는 이상적인 대상으로 느껴지지만,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순간 그 관계는 쉽게 무너지기도 합니다.


오늘날은 이러한 모습이 더 두드러집니다. SNS에서 누군가를 순식간에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가 하루아침에 비난의 대상으로 뒤바뀌는 일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조직과 학교, 연인과 가족의 관계에서도 처음에는 완벽하게 믿었던 사람이 작은 실수 하나로 모든 신뢰를 잃는 일이 반복됩니다. 

문제는 상대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보다, 완벽하지 않은 상대를 그대로 견디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데 있을지도 모릅니다.


대상관계 정신분석은 이상화와 평가절하를 성격 문제가 아니라, 자신과 타인을 각각 개별적 존재로 경험하기 어렵고 자신의 필요와 욕구를 좌절시키는 대상으로 경험하는 관계의 방식으로 이해합니다.


성숙한 관계는 한 사람 안에 있는 좋은 면과 부족한 면을 함께 받아들이고, 실망 속에서도 관계를 이어 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서로를 있는 그대로 만날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러한 이상화와 평가절하가 왜 반복되는지, 그리고 어린 시절의 대상관계가 현재의 인간관계 속에서 어떻게 되풀이되는지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정신분석연구소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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