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에 대하여
사람들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조금만 더 잘하면 괜찮아질 것 같아요.”
“이것만 해내면 조금은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어떤 성취는 오래 가지 않습니다.
원하던 결과를 얻어도 잠시뿐입니다. 금세 다음 목표가 생기고, 또 다른 부족함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 노력은 단순히 목표를 향한 과정이 아니라,
자신이 괜찮은 사람임을 증명하기 위한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취는 기쁨보다 안도감을 줍니다.
“다행이다.”
“이번에는 다행이었다.”
그런데 안도감은 오래 머물지 않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역설이 있습니다.
자신을 증명하려 할수록, 의심은 오히려 더 깊어진다는 점입니다.
증명되어야 하는 자기는, 본질적으로 의심받고 있는 자기이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이루어 잠시 안도하더라도, 그것은 의심이 잠시 조용해진 것일 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다음 일이 시작되면 의심은 다시 깨어나고, 또 다른 증명이 필요해집니다.
그렇게 성취는 의심을 해소하는 길이 아니라, 의심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 됩니다.
더 많이 이룰수록 더 자주 증명해야 하고, 더 자주 증명할수록 증명되지 않은 자기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집니다.
결국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노력 그 자체라기보다, 그 노력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순간이,
단순한 실망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런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성취도, 더 많은 인정도 아닐 수 있습니다.
그것들은 의심을 잠시 가라앉힐 뿐, 의심 자체를 다루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있는 그대로 느끼기보다,
왜 계속 증명해야만 하는 과업으로 여기게 되었는지를 함께 살펴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더 많이 증명하는 일이 아니라,
불안에 압도되지 않은 안전한 관계속에서 자신의 존재와 살아온 이야기들을 풀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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