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애착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어떤 사람은 자기애를, 또 다른 사람은 무의식적 환상을 중심으로 설명합니다. 동일한 사례인데 이해가 이렇게 다르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이런 경우에 많은 임상가들은 이 질문에 대해서 '어느 누구의 접근이 맞는가'를 먼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사례를 위해서라면 다른 질문을 가져야 합니다.
'이 사례를 가장 입체적으로 다층적으로 이해하는 접근은 무엇인가?'
정신분석에서 사례개념화는 내담자를 진단명이나 이론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삶의 전반을 계속 생각해 가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사례개념화는 임상 초기에 완성할 수 없습니다.
첫 회기에서 세운 사례개념화는 작업이 진행되면서 수정되고, 오랫동안 유지했던 가설이 내담자와의 임상을 진행하면서 새로운 것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즉, 사례개념화는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 작업을 해나가면서 성장하는 하나의 이해입니다.
그래서 동일한 사례에 대해서 임상가마다 다른 이해와 접근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례의 동일한 현실에 대해 임상가는 각자의 이론과 경험, 그리고 무엇을 중요하게 듣고 무엇을 중심으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의미를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모든 이해가 같은 가치를 가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좋은 사례개념화는 많은 개념을 사용하고 논리적인 것이 아니라, 내담자의 경험을 일관되고 깊이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이해인가에 달려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사례개념화에서 중요한 것은 유려한 해석이 아니라 작업이 진행될수록 임상가의 사례개념화에 근거한 이해가 내담자의 실제 경험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되는가입니다. 그래서 사례개념화는 이론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쉽게 결론 내리지 않는 태도, 자신의 이해를 계속 수정할 수 있는 유연함, 그리고 내담자의 삶을 끈기 있게 붙들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함께 필요합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례개념화는 지속적인 수련이 필요합니다.
임상감독과 동료들과의 토론은 자신이 보지 못했던 관점을 발견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견해의 타당성에 대해 다시 질문하는 과정입니다.
사례개념화를 잘 수행한다는 것은, 내담자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깊어지는 것에 더 가까우며 한 사람의 삶을 이해하려는 임상가의 사고가 끊임없이 성장해 가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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