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도 상대의 표정을 먼저 살핍니다.
내 말이 불편하지는 않았는지, 상대가 화난 것은 아닌지, 혹시 실망한 것은 아닌지를 계속 확인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흔히 배려심이 많다는 말을 듣기도 하고, 실제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아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배려가 자신을 잃어버리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상대의 기분은 잘 보이는데, 정작 자신의 감정은 잘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모습 뒤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그것이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가까운 사람의 기분이 자주 변하는 환경 속에서, 상대의 표정을 먼저 읽어내는 일이
그 관계를 지키기 위한 길이었던 것입니다.
또 어떤 사람에게는 상처받지 않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상대가 불편해하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맞추는 것이, 거절이나 비난을 피하는 가장 익숙한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내다보면 상대의 마음을 읽는 감각은 점점 정교해지지만,
정작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불편한지는 점점 더 흐릿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보다,
왜 그것이 익숙한 반응이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잃지 않으면서도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감각은,
이해를 통해 회복해야만 하는 중요한 감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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