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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가는 왜 기록하지 않을까

관리자 2026-06-19 (금) 08:35 3개월전 31  

기억과 경험에 대하여


분석작업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이 종종 묻습니다.

“세션이 끝나면 기록을 남기시나요?”

“기록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제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생각해 보면 자연스러운 질문입니다.


분석 세션에서는 많은 이야기가 오갑니다. 어린 시절의 기억, 현재의 고민, 관계 속의 갈등, 스쳐 지나가는 생각들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다뤄집니다. 그래서 내담자들은 분석가가 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정리할 것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필요한 경우 기록을 남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신분석은 단순히 사실을 모으고 정리하는 작업과는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한 내담자의 어떤 말을 기록한다해도 실제 세션 안에는 그 기록으로 남은 문장보다 훨씬 많은 것이 존재합니다.

그 말을 하기 전의 긴 침묵, 망설임, 호흡, 감정, 긴장감 등과 더불어 그 말을 듣고 있는 분석가의 경험까지도 그 순간에는 함께 존재합니다.

그래서 정신분석에서는 무엇이 말해졌는가만큼, 그것이 내담자와 분석가간에 어떻게 경험되었는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어떤 세션에서는 특별한 이야기가 없었음에도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하고,

반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도 무엇이 진행됐는지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는 세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차이, 때로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알고 있는 이야기보다

미처 알지 못한 감정과 관계의 경험이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 무의식적 역동입니다.

정신분석은 이런 무의식적 역동이 현재의 삶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며 영향을 주는지를 이해해 가는 과정입니다.

 

분석가는 단순히 내담자의 말을 기억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어떤 분위기 속에서 나왔는지, 무엇이 말해졌고 무엇이 말해지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어떤 경험이 함께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려고 합니다.


분석가(상담자)에게 중요한 것은 내담자의 이야기를 얼마나 많이 기억하고 기록을 정리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임상에서 분석가가 내담자와 함께 실제로 무엇을 경험하며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실제로 겪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연구소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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