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시간 밖의 접촉과 경계
정신분석에서 세팅(setting)은 단순히 시간과 장소를 정해 두는 규칙이 아닙니다. 일정한 틀을 지켜 나가면서 분석가와 내담자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을 살펴보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주는 바탕입니다. 세션 밖의 연락도 이러한 정신분석을 위한 틀과 맞닿아 있습니다.
정신분석의 중요한 작업은 정해진 분석시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세션이 끝나면 다음 만남까지 분석가와 떨어져 지내야 하고, 그 사이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을 혼자 지니고 있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바로 이때 분석가에게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세션에서 하지 못한 말을 뒤늦게 전하고 싶을 수도 있고, 분석가가 어떻게 반응할지 확인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연락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불편해서 연락을 지나치게 망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일정을 바꾸거나 필요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연락하는 것까지 모두 심리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신분석에서 살펴보는 것은 연락했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비슷한 상황에서 연락하거나 연락하지 못하는 방식이 되풀이될 때
그 행동과 연결된 전체적인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분석가에게 화가 났지만 세션에서는 말하지 못하고, 세션이 끝난 후에야 긴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반복되거나
반대로 분석가에게 도움을 청하거나 필요한 것을 요구하는 일 자체가 어려운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세션 밖에서 연락했다는 것이 아니라, 왜 분석가와 마주할때는 그 마음을 말하기 어려웠고 떨어진 뒤에야 말할 수 있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이런 경험을 분석에서 안전하게 다루려면 분석실 안과 밖의 경계가 어느 정도 분명해야 합니다.
경계는 내담자를 통제하거나 분석가가 거리를 두기 위한 벽이 아닙니다. 무엇을 분석시간 안에서 충분히 다룰지, 세션 밖에서는 어떤 연락이 필요한지를 서로 알 수 있게 하는 기준입니다.
그리고 이 기준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일은 무엇보다 분석가의 책임입니다.
분석가가 자신의 기분이나 편의에 따라 어떤 때에는 길게 답하고, 어떤 경우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내담자는 자신이 분석가에게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혼란을 겪게 됩니다. 따라서 분석가는 세션 밖의 연락을 어떻게 다룰지 가능한 한 분명하게 알려 주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 기준을 꾸준히 지킬 필요가 있습니다.
정신분석에서 세팅은 불편한 마음을 바로 없애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그 마음을 서둘러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충분히 느끼고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틀입니다.
정신분석에서 세션 밖의 연락과 경계는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닙니다.
분석이 이루어지는 일정한 틀과, 그 안에서 만남이 이어지는 시간 전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앞서 쓴 「정신분석의 세팅(setting) ― 분석의 틀이 갖는 의미」와
「정신분석의 빈도와 시간 ― 한 번의 대화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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