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지우거나 버리지 못할까요?
휴대전화에는 다시 볼 것 같지 않은 사진과 영상이 쌓이고, 컴퓨터에는 언젠가 필요할 것 같은 자료와 파일이 계속 늘어납니다.
집이나 사무실에서 물건을 정리하다가도 “혹시 나중에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시 제자리에 놓기도 합니다.
물론 필요해서 저장합니다. 기억하고 싶은 것을 남기고, 소중한 것을 간직하며, 언젠가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지우거나 버리기가 유난히 어렵다면,
저장은 단순한 보관이 아니라 그 이상의 어떤 의미나 증상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언가를 계속 저장하게 되는 심리적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잃는 것과 간직하는 것의 관계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무언가를 버린다는 것은 단순히 눈앞에서 치우는 일만은 아닙니다.
오래된 물건에는 어느 한 시절의 기억이 남아 있고, 사진 한 장에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것을 버리는 일은 때로 그것과 연결된 시간이나 관계가 이미 지나갔다는 사실을 마주해야하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때 저장은 사라지는 것을 붙잡아 두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남겨 두고, 물건을 가지고 있고, 자료를 지우지 않으면 아직 내가 그 순간을 함께 했던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고 그렇기 위해서 가지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보관이나 저장하는 것과 기억을 잃지 않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다.
시간과 관계는 달라지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상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소중했던 것을 잊어버리는 일과는 조금 다릅니다. 더 이상 바깥에 그대로 붙잡아 두지 않아도, 그것이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는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계속 저장하면서도 좀처럼 정리하지 못할 때에는, 무엇을 버려야 할지를 먼저 생각하기보다
내가 정말 간직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사라지는 것을 계속 붙잡아 두는 것이 아니라,
좋았던 경험도 고통스러웠던 경험도 충분히 느끼고 생각하며 자신의 마음 안에서 정서적으로 소화헤가야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마침내 자신의 기억하고 지키고 싶은 것들을 자신의 마음에 간직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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