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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가, 임상안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빈 공간을 견디기

관리자 2026-08-21 (금) 08:53 1개월전 18  

임상사례를 진행하다 보면 상담가에게도 내담자를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이 찾아옵니다.

내담자의 이야기에 집중하여 듣고 있다고 생각하는데도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지 알 수 없고,

이전까지 도움이 되었던 접근과 해석이 더 이상 내담자에게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이런 순간 상담가는 관련된 이론을 다시 찾아보고 비슷한 사례를 읽으며,

경험 많은 분석가라면 이 내담자를 어떻게 이해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론을 공부하고 다른 분석가의 견해를 참고하는 것은 임상가에게 꼭 필요한 일입니다.

이론은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발견하고 내담자를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아직 모르겠다’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울 때에는 그 자리를 서둘러 채우는 의미 없는 답이 되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이 제대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지 확신하기 어려울수록 이론과 권위 있는 분석가의 견해를 통해 

본인의 불안을 줄이고 안도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과 임상에서 직접 마주하는 내담자를 이해하는 것은 같지 않습니다.

비슷한 방어와 역동을 보이더라도 그것이 해당 사례의 내담자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다를 수 있습니다.

상담가의 이론적 설명이 내담자의 경험을 앞서기 시작하면, 이미 알고 있는 개념에 맞추어 내담자를 이해하면서

정작 지금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을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상담가는 임상에서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에도,

‘아직 모르겠다’는 사실을 서둘러 없애려 하지 않고 그 상태에서 계속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혼자서 의지만으로 해내기 어려운 일입니다.

내담자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경험은 상담가 자신의 불안과 무력감, 제대로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바로 그 때문에 익숙한 이론이나 권위 있는 사람의 설명에 기대고 싶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모르는 상태를 단순히 견디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순간 상담가 자신에게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까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이러한 임상적 역량은 자신의 분석 경험과 정신분석 수퍼비전을 통해 확장하고 더욱 깊어질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 수퍼비전에서는 더 정확한 해석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담가가 어느 순간 이해를 서둘렀는지,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 놓친 것은 없었는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교육분석에서는 질문이 상담가 자신에게 향합니다.

모르는 상태를 견디기 어려워하는 마음, 제대로 이해하고 잘해야 한다는 압박,

권위 있는 사람의 확신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자신의 임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상담가가 이론보다 더 오래 훈련해야 하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하는 빈 자리를 서둘러 채우지 않고 그곳에서 다시 듣고 생각할 수 있는 역량일 것입니다.


정신분석연구소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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