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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의 위기 - '잘하는 나'와 능력의 변화

관리자 2026-09-14 (월) 11:23 12일전 12  

최근 한 가수가 과거 발성 문제를 겪은 뒤, 이전과 달리 무대에서 두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에게 그 경험이 어떤 심리적 의미를 갖는지는 공개된 몇 마디만으로는 결코 알 수 없습니다.

 

특정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적인 일을 해 온 사람에게 그 능력은 단순한 기술에 머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목소리, 판단력, 말하는 능력, 수술하는 손, 사람을 이해하고 돕는 능력처럼 자신이 오래 사용해 온 능력은

어느새 자신에 대한 신뢰와 연결됩니다.

 

평소에는 굳이 확인할 필요가 없었던 이런 자기감각이 어느 순간의 실패나 기능의 흔들림으로 깨질 수 있습니다.

정신분석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경우에 따라 자기애적 손상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자기애적 손상이란 단순히 자존심과 자신감이 상했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이 오랫동안 믿어 온 ‘잘하는, 노력하는 나’의 모습과 어떤 변화로 인해 경험한 자기의 현재 상태 사이에 

예상하지 못했던 틈이 생기는 것입니다. 그 뒤부터 이전에는 자연스럽게 하던 일을 긴장하며 의식하게 될 수 있습니다.

목소리를 내면서 목소리를 확인하고, 발표하면서 자신의 수준을 평가하며, 중요한 판단을 하면서 오류가 없는지 반복해서 점검합니다.

일을 하는 동시에 자신이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지켜보고 평가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기감시는 처음에는 다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일 수 있으나 점차 ‘내가 여전히 잘하고 있나, 잘 할 수 있?'를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되어 버립니다.

바로 이런 상황에서 일어나는 작은 흔들림은 단순한 실수로 넘겨지지가 않고, ‘오늘 잘되지 않았다’, ‘예전 같지 않다’, ‘앞으로 계속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저 작은 실수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는 일이 되고, 때로는 자신의 존재 가치까지 폄하하는 우울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또다른 면으로는 자아이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로 자리잡은 사람에게는, ‘이 정도는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자기 모습이 강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이 전문가가 되기까지 노력과 성취를 이끄는 힘이 되어준 것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 실수해서는 안된다’는 요구로 바뀔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기감시는 더 강해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심리내적으로 가장 어려운 것은 다시 실패할 가능성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자신이 오랫동안 믿어 온 ‘자신’을 더 이상 믿을 수가 없다는 느낌과 이전의 자신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모순된 두 가지의 생각이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믿음과 안정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나는 여전히 가치 있는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이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라는 확인을 계속 해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실수하거나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한계와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을 경험하고도 그것을 자기 전체에 대한 판정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다시 자신의 일을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겪은 변화가 자신에게 새로운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것을 함께 생각하는 것입니다.


정신분석연구소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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