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서로 싸우는 장면을 촬영하고 유포하거나, 폭력을 놀이처럼 소비하는 현상까지 사회문제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런 행동을 하나의 심리적 원인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정신분석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무의식적 충동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
원하는 것이 생겼다고 곧바로 행동에 옮기지 않고, 화가 난다고 바로 공격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런 과정에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요.
정신분석에서 초자아(superego)는 일반적으로 양심이나 마음속의 심판자로 설명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초자아의 기능은 잘못을 금지하고 자신을 꾸짖는 데만 있지 않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길 것인지, 어떤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갑니다. 초자아는 이러한 가치와 책임의 기준을 마음속에 유지하는 기능과 관련됩니다. 물론 현실을 판단하고 충동을 조절하며 상황에 맞게 행동하는 데에는 자아(ego)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자아가 현실을 살피고 행동을 조절한다면, 초자아는 그 판단에 무엇이 중요하고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공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초자아는 누구에게나 처음부터 갖추어져 있는 것일까요?
정신분석에서는 초자아는 중요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점차 형성되고 변화한다고 봅니다.
프로이트(Freud)는 아이가 부모를 비롯한 중요한 사람들과 동일시(identification)하면서 그들의 금지와 가치, 기대와 이상을 자신의 기준으로 만들어 간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부모의 권위가 더 이상 외부의 명령으로만 남지 않고, 자신의 내부 기준이 되는 과정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그러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기준은 실제 부모의 말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부모를 어떻게 경험했는지, 사랑과 실망, 두려움과 기대를 어떻게 느꼈는지가 함께 작용합니다. 그래서 실제 부모보다 자신에게 훨씬 더 엄격한 기준을 갖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클라인(Klein)을 비롯한 대상관계 정신분석은 초자아의 뿌리를 프로이트보다 더 초기 관계 경험에서 찾았습니다. 어린아이가 자신을 만족시키거나 좌절시키는 대상을 마음속에서 경험하는 과정에서 매우 가혹한 초기 초자아가 형성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성장하면서 사랑하는 대상과 미워하는 대상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한 관계 안에서 함께 생각할 수 있게 되면 초자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즉, 이전보다 덜 극단적이고, 현실적이며 자신과 타인을 함께 염려하고 배려할 수 있는 기준으로 발전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어제 살펴본 내사(introjection)와도 연결됩니다.
중요한 사람들과 관계하면서 경험한 것이 마음속에 자리 잡는 과정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형성되어 갑니다. 따라서 건강하게 기능하는 초자아가 있다는 것은 규칙을 잘 지키거나 자신을 엄격하게 통제한다는 것이 아니라 분별할 수 있는가입니다.
지금 자신이 하고 싶은 행동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자신과 상대에게 안전한 것인지, 자신이나 상대방의 희생이 선한 것인지를 생각하고 구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건강하게 발달한 초자아는 타인을 배려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가치와 경계를 지키는 데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것은 내가 책임져야 할 일이 아니다.” “여기에서는 나를 보호해야 한다.”
“상대의 요구를 거절한다고 해서 내가 나쁜 사람인 것은 아니다.”
이렇게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자신의 가치와 책임을 분별하는 일입니다.
책임을 지는 방식에서도 건강한 초자아와 가혹한 초자아는 다르게 작용하는데, 건강한 초자아는 잘못했을 때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고, 자신의 몫을 인정하며, 필요하다면 고치고 관계를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반면 가혹한 초자아는 잘못한 행동과 자기 자신을 구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내가 잘못했다”가 “나는 잘못된 사람이다”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래서 죄책감이 크거나 자신을 심하게 비난한다고 해서 반드시 양심이 잘 발달한 것은 아닙니다. 자신을 처벌하는 것과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초자아가 강한가 약한가가 아닙니다.
자신의 욕구와 충동을 인정하면서도 무엇을 행동으로 옮길지 분별하고, 자신과 다른 사람을 함께 고려하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질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성숙하다는 것은 충동이 없어지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충동이 생겨도 곧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현실과 자신의 가치, 다른 사람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한 뒤 선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건강하게 발달한 초자아는 우리를 끊임없이 감시하고 처벌하는 심판자라기보다, 우리 자신을 안전하게 지키고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내적 기준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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