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관계의 위기는 갈등이 생겼다는 것에만 국한되지는 않습니다.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이 오히려 더 큰 갈등으로 커질 때, 세션이 계속된다해도 분석작업은 막힐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담자가 “선생님에게 서운하다고 말하면, 결국 제가 왜 그렇게 느끼는지만 설명하신다”라고 말합니다.
분석가는 그 감정을 이해하도록 돕기 위해 해석한 것이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내담자는 이번에도 자신의 서운함보다 분석가의 설명이 앞선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를 다시 전하자 분석가도 자신의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답답해집니다.
내담자는 자신의 경험이 수용되고 인정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억울함과 서운함이 거듭되고,
분석가는 이런 역동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설명을 덧붙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분석가는 내담자의 정서와 의미를 듣기보다 자신의 해석을 납득시키고자하는 마음에 치우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이 바로 분석해야 할 갈등이 두 사람의 관계에서 되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장면에서 전이와 역전이를 살피려면, 내담자가 분석가를 어떤 사람으로 느끼고 있는지와 분석가가 그 반응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함께 보아야 합니다.
그렇다고 두 사람이 같은 책임을 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자신의 말과 대응이 내담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검토하고 필요한 부분을 수정하는 것은 분석가가 맡아야 할 일입니다.
내담자의 과거 경험을 이해하는 해석이라도 지금 내담자의 정서가 배제된다면, 그 해석은 현재의 갈등을 더 깊게 만들 수 있습니다.
앞의 장면에서 분석가에게 필요한 것은 더 설득력 있는 설명이 아니라, 자신이 내담자의 정서와 의미를 충분히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이제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에도 그 한마디만으로 회복을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감정이 풀린 것일 수 있지만, 더이상 소용없다고 느껴 표현을 멈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 내담자가 분석가에게 맞추느라 중요한 말을 참지 않고 자신의 불편함과 의견을 충분히 표현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분석 관계는 두 사람이 같은 이해와 설명에 동의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따라서 분석 관계에 틈이 있는 것은 당연하고, 그 틈을 둘러싸고 되풀이하던 반응을 알아차리고 다르게 대응할 수 있을 때,
말하려 할수록 막히던 경험을 다시 분석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분석가가 자신의 대응을 알아차리고 수정하는 데에도 지속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내담자를 이해하려는 마음과 자신의 해석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뒤섞이는 순간을 혼자서는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상담가가 자신의 분석을 받는 경험과 실제 임상사례를 검토하는 작업을 앞서 두 글에서 각각 다루었습니다.
◑함께 읽을 글
「정신분석 교육분석 ― 상담가가 자신의 무의식과 전이를 경험해야 하는 이유」
상담가가 자신의 분석관계에서 기대와 두려움, 방어를 경험하고 그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을 다룹니다. 자신의 느낌과 확신도 처음의 이해와 다를 수 있음을 경험하는 일이 이후 임상에서 갖는 의미를 살펴봅니다.
「정신분석 수퍼비전 ― 사례를 설명하는 것에서 임상을 생각하는 것으로」
내담자의 말과 상담가의 개입, 그 뒤에 이어진 반응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을 다룹니다. 사례에 대한 기존의 설명을 실제 세션 내용과 대조하고 수정하면서, 다음 만남에서 무엇을 더 듣고 살펴볼지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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